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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탄생화, 수선화와 동백꽃: 한겨울에도 피어나는 고요한 아름다움

myview53147 2025. 7. 10. 17:43

 

사계절 중 가장 차가운 시간인 1월.

 

 새해의 첫걸음을 디디는 이 달의 풍경은 고요하고 냉랭하지만 그 속에서도 기적처럼 피어나는 꽃들이 있습니다.

바로 수선화동백꽃인데요,

 

이 두 꽃은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며 피어나기에

더 단단하고 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1월의 탄생화인 이 두 꽃에 얽힌

탄생 설화, 문화적 배경, 꽃말을 중심으로 그 서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려 합니다.


🌱 수선화 Narcissus

꽃말: 자존심, 고결, 자기애, 새로운 시작

▣ 그리스 신화로부터 태어난 꽃, ‘나르키소스의 눈물’

수선화는 그리스 신화 속 비극적인 인물 나르키소스(Narcissus)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도 질투할 만큼 눈부시게 잘생긴 나르키소스라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아름다웠기에 수많은 이들의 고백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하며 살아갔어요.

 

어느 날 숲의 요정 에코(Echo)가 그를 보고 한눈에 반해 고백하는데 역시 나르키소스는 그녀의 고백마저 차갑게 외면합니다. 크게 상심한 에코는 외로움 속에 메아리만 남기고 사라지게 되죠.

 

이에 분노한 신들은 나르키소스에게 자신의 얼굴에 반하게 되는 저주를 내립니다. 그 후 그는 물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사랑에 빠졌고 그 환영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결국 굶어 죽고 맙니다.

 

그의 죽음 뒤에 물가에 피어난 꽃이 바로 수선화라 전해집니다.

 

나르키소스의 이름을 따 ‘자기애(narcissism)’라는 단어의 어원이 되었고

수선화는 자기 성찰과 자존심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 겨울의 끝에서 피어나는 희망

신화의 배경과는 별개로  실제 수선화는 겨울의 끝자락인 1월에서 2월 사이에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추위 속에서도 땅을 뚫고 올라오는 단단한 생명력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상징하며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새해의 기원을 담아 수선화를 선물하는 전통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제주와 남부 지역에서는 1월에 수선화가 피어나기 시작하며

새해 첫 들녘에 은은하게 노란 물결을 그려냅니다.

 

꽃송이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어 겸손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깊은 자기확신과 기품을 품고 있는 듯 보입니다.

▣ 문화적 상징성과 현대적 의미

현대에 들어 수선화는 자존감 회복자기애의 건강한 상징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태도.

그것이 오늘날 수선화가 지닌 진정한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수선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

어쩌면 우리가 1월에 닮고 싶은 이상향이 바로 수선화일지도요.


🌺 동백꽃 Camellia

꽃말: 진실된 사랑, 겸손, 내면의 열정

▣ 찬바람을 견디며 피는 겨울꽃의 자존심

동백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사랑받는 겨울꽃입니다.
추위 속에서도 잎을 푸르게 유지하며 겨울 한가운데 혹은 이른 봄까지 붉은 꽃을 피워냅니다.

 

특히 한 송이씩 통째로 떨어지는 꽃의 독특한 생애는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마치 고개를 들고 피어난 그 자리를 마지막까지 고결하게 지켜내다 쓰러지는 느낌.

 

그래서인지 동양에서는 동백을 무사의 충절, 열사의 순결한 희생으로 자주 묘사해왔습니다.

 

한국 문학에서도 동백은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에서 풋풋한 시골 청춘의 감정을 상징하는가 하면,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에서는 사회적 억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진 인물의 내면을 대변하는 꽃으로 등장합니다.

▣ 일본의 설화 – ‘피를 흘리는 꽃’

일본에서는 동백꽃을 ‘츠바키(椿)’라고 부릅니다.

이 꽃이 통째로 뚝 떨어지는 모습 때문에 일본 전통사회에서는 불길한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전쟁 중 무사의 죽음을 상징하거나 피가 한꺼번에 솟는 장면으로 연상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 사무라이들은 집에 동백을 심지 않았다고 전해지죠.

 

하지만 동시에 이 ‘단호한 떨어짐’은 한 치의 미련 없이 의연한 태도이자 진실된 사랑의 완결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사랑이든 충절이든 절정의 순간까지 온몸을 던지는 진심.

 

동백꽃이 상징하는 사랑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아주 깊게 피어납니다.

▣ 동백과 여성성 – 견고한 아름다움

동백은 보통 남성적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그 내면에는 오히려 견고하고 단단한 여성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서늘한 바람 속에서도 꽃잎 하나 상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지키는 단아한 태도는

시대를 견뎌낸 수많은 여성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죠.

 

한복 저고리나 전통 장신구에 자주 수놓이는 동백 문양은

조용한 품격과 기품 있는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 수선화와 동백, 정반대 같은 두 꽃이 닮은 이유

한편 수선화와 동백꽃은 첫인상부터 꽤 다릅니다.

 

수선화는 연노랑, 백색의 청초한 느낌이라면

동백은 붉은색의 강렬함이 먼저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 두 꽃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혹독한 겨울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피어난다는 것,

그리고 내면에 깊은 자기 확신과 사랑을 지녔다는 것.

 

수선화는 고요한 자존의 상징이고,

동백은 뜨거운 사랑과 신념의 꽃입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이가 타인도 사랑할 수 있는 것처럼

1월의 두 탄생화는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존엄한 삶의 태도’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 마무리하며

1월은 새해의 시작이자 계절로는 가장 차가운 시기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꽃은 핍니다. 그것도 가장 강인하고 의미 깊은 꽃들이죠.

 

수선화와 동백은 단순히 예쁜 꽃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믿는 마음, 끝까지 사랑하는 진심,

어떤 시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답게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상징입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꽃의 계절에 있나요?

 

오늘은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나만의 꽃을 피워볼 수 있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