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한 고백, 그리고 첫사랑의 향기
2월은 짧고 차가운 달입니다.
하지만 그 안엔 봄을 향한 설렘이 서서히 피어납니다.
이 겨울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두 송이의 꽃 제비꽃과 라일락은 눈에 띄지는 않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향기와 색을 품고 있지요.
오늘은 2월의 탄생화 제비꽃과 라일락에 담긴
탄생 설화, 꽃말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의미들을 천천히 풀어보려 해요 :)
🌱 제비꽃 (Violet)
꽃말: 겸손, 진실한 사랑, 변치 않는 마음
▣ 겸손한 고개 숙임, 신화 속 비너스의 질투
제비꽃은 작고 수수한 꽃인데요
풀숲에 숨어 고개를 숙이고 있어 잘 눈에 띄지 않지만
그 자그마한 모습이 오히려 인상에 남기도 하죠.
이런 제비꽃에도 그리스 신화 속 한 장면이 얽혀 있는 것 아시나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랑과 미의 여신 비너스(Venus)와 그녀의 아들 큐피드(Cupid)입니다.
어느 날 큐피드는 제우스의 잔치에 어울릴 소녀들을 찾아다니다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녀들을 모아 엄마인 비너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중 한 소녀는 유난히 귀엽고 사랑스러워 모두의 이목을 끌었는데요.
하지만 이를 본 비너스는 아들의 시선조차 그 소녀에게 머무는 것이 못마땅했고 질투를 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해
그 소녀를 보잘것없는 들꽃으로 바꾸어버립니다.
그렇게 태어난 꽃이 겸손히 고개를 숙인 채 피는 제비꽃이었다고 합니다.
이 설화는 아름다움에 대한 시기와 겸손의 미덕
그리고 무명 속에서도 피어나는 존재의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비록 작고 조용하지만 제비꽃은 어떤 화려한 꽃보다도 깊은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 서양에서의 상징 – 변치 않는 사랑의 꽃
유럽에서는 중세 이후 제비꽃을
‘진심을 전하는 꽃’ 또는 ‘기다림의 상징’으로 여겨 왔습니다.
특히 여성들이 연인에게 몰래 사랑을 전하고자 할 때
편지 대신 제비꽃 한 송이를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에는 ‘플로리오그래피(꽃말 언어)’ 문화가 유행했는데
이때 제비꽃은 “내 마음은 변치 않아요”라는 의미를 담아 선물하는 꽃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줍은 첫사랑, 깊은 우정, 조용한 응원의 마음을 담기에도 제비꽃만큼 잘 어울리는 꽃은 없을 것입니다.
▣ 동양에서의 의미 – 자연 속 겸손한 아름다움
동양에서는 제비꽃을 특별히 상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았지만
자연 속 들꽃의 대표주자로써 ‘소박함’과 ‘겸손’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졌습니다.
봄이 막 시작될 무렵 남들보다 먼저 피어나는 제비꽃은
겨울을 이겨낸 생명력을 의미하기도 하며
눈에 띄지 않는 선한 영향력을 말없이 전하는 존재로 비유되곤 했습니다.
🌸 라일락 (Lilac)
꽃말: 첫사랑, 청춘의 기쁨, 순수한 감정
▣ 사랑에서 태어난 향기 – 그리스 신화 속 요정 시린크스
라일락에도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라일락이 숲의 요정 시린크스(Syrinx)에서 태어났다고 믿었습니다.
시린크스는 아름다우면서도 순결한 요정이었는데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숭배하며 숲에서 조용히 살아갔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의 신 판(Pan)이 그녀를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됩니다.
판은 그녀를 따라다니며 구애하지만 시린크스는 그의 거친 모습에 겁을 먹고 도망칩니다.
끝내 강가에 이르러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게 된 시린크스는
자신을 지켜달라고 강의 요정들에게 기도했고 요정들은 그녀를 갈대로 변신시켜줍니다.
판은 갈대 속 시린크스를 껴안았지만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죠.
판은 갈대를 꺾어 피리를 만들고 그것을 부르며 시린크스를 기억했습니다.
후에 이 갈대 숲에는 향기로운 보랏빛 꽃이 피어났고 그것이 바로 라일락이라고 전해집니다.
▣ 유럽에서의 라일락 – 첫사랑의 은유
라일락은 유럽 전역에서 첫사랑의 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신화 때문만은 아닙니다.
봄이 막 시작되면 라일락은 그 누구보다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며 공간 전체를 달콤한 향기로 채웁니다.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감정, 혹은 처음 느끼는 떨림, 그런 순간을 표현하기에 이 꽃은 더없이 적합했습니다.
그래서 라일락을 좋아하는 사람은 순수하고 감성적인 사람
마음이 예민하지만 따뜻한 사람이라는 인식도 생겼습니다.
라일락의 색에 따라 꽃말도 조금씩 달라지는데
- 연보라색 라일락은 ‘첫사랑의 기억’,
- 흰 라일락은 ‘순수함’,
- 자주빛 라일락은 ‘열정적인 마음’을 뜻합니다.
▣ 봄을 알리는 풍경 – 라일락 나무 아래의 청춘
라일락은 관목성 나무로 자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4월 말에서 5월 초
즉 입춘 이후의 계절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2월 중순 무렵부터 라일락의 향이 조금씩 퍼지기 시작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2월 탄생화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시인 폴 베를렌은 “라일락이 필 무렵, 나는 다시 젊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처럼 라일락은 한때의 사랑, 지나간 청춘, 그러나 여전히 살아 있는 감정을 상징하는 꽃입니다.
💌 제비꽃과 라일락 – 조용한 진심과 향기로운 기억
제비꽃과 라일락은 모두 겉으로는 화려하지 않지만 그 안에 깊은 감정과 상징성을 담고 있는 꽃입니다.
- 제비꽃은 말없이 기다리는 사랑을,
- 라일락은 향기로 기억되는 사랑을 상징합니다.
어쩌면 2월이라는 달은 그런 감정을 담기엔 딱 좋은 시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봄을 기다리며 차가운 바람을 견뎌내고 아직 다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조금씩 꺼내보는 시간.
그 마음을 닮은 이 두 꽃이, 당신의 2월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길 바랍니다.
🌿 마무리하며
제비꽃의 수줍은 고백과 라일락의 잊지 못할 향기는 겨울과 봄의 경계선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두 얼굴처럼 느껴집니다.
비록 짧고 차가운 2월일지라도
제비꽃처럼 단단한 겸손을, 라일락처럼 향기로운 감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 계절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2월 제비꽃과 라일락을 통해 당신만의 사랑과 기억을 한 송이 꽃처럼 피워보는 건 어떨까요?